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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생활

삶의 의미

by 정수 티스토리 2023. 5.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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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에 같이 근무하는 남자 후배 교사가 결혼을 하게 되었다. 한참을 축하해 주며 신혼여행은 어디로 가느냐, 집사람은 같은 교직이냐 아니면 다른 일을 하느냐, 언제 만났냐 등 별의별 얘기를 다 묻게 되었다. 그런데 의외의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딩크 하기로 했다고 한다. 뭐 딩크? 덩크는 농구인데 딩크는 뭔가 싶었다.

 딩크(DINK(Double income No kids))라고 둘이 벌고 아이는 없다는 뜻으로 1986년부터 미국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요즘 불경기에 아이들 교육, 그리고 그 아이들의 치열한 경쟁 속에 살아남아야 하는 숙명 같은 한반도. 난 머리론 이해가 되었다. 하지만 나도 결혼을 했고 아이들도 있다. 그 아이들도 치열한 경쟁 속에 살아가고 있다. 때로는 좌절하고 때로는 극복해 가며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옆에서 아무 말 없이 보고 있다. 그럼 나는 안 그랬는가? 이 글을 읽고 있는 모든 분들도 그렇게 살았다. 나도 고등학교 시절 정말 눈물을 흘리며 공부를 했다. 공부를 잘해서 그렇겠는가? 잘못해서 힘들게 공부하게 되었다. 남자로 태어났으니 군대생활 또한 어떻겠는가? 

 그렇게 딩크란 말이 잊힐 때쯤 올해 같이 만난 새로운 선생님과 점심을 먹으며 자랑스럽게 자신은 여자친구와 딩크 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나는 아무 말 없이 점심식사를 하며 마음이 복잡해졌다. 그것 또한 개인의 자유인데 내가 뭔데 "하지 마라" 뭐라 할게 아니라고 직감적으로 알 수 있어 잠자코 밥을 먹었다. 집에 와서 컴퓨터 "딩크"라고 검색해 보니 관련 영상이 떴다. 법륜 스님이 어느 여자 수행자와 얘기를 하는데 이미 결혼한 여자분은 결혼 전에는 딩크였는데 왜 자꾸 남편이 아이를 갖자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한다. 법륜 스님은 100일 기도를 하고 결정하라는 결론을 내어주었다. 법륜 스님이 그 여자분에게 왜 아이를 낳지 않으려는지 묻게 되었는데 역시 여성분도 치열한 경쟁으로 왜 인간으로 태어나 고생하며 어차피 죽는 게 인생인데 의미가 없다는 얘기를 했다. 나는 이 대목에서 그 여성분의 이기적인 마음을 보게 되었다. 나를 비롯하여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 태어나 좋은 것이 얼마나있겠는가? 지금 이 글을 쓰는 나도 그렇게 행복에 겨운 삶을 살고 있지 않으며 읽는 분들도 마찬가지 일 거라 생각 든다. 하지만 인간으로 태어났기에 생각하고 말하고 글 쓰고 웃고 먹고 사랑하고 미워하고 노래 부르고 즐기고 산다. 나는 얼마 전 가족들과 부산여행을 간 적이 있다. 해변열차란 것을 타고 바닷가를 구경하는데 충청도에 살다 보니 평소에 바다를 보지 못하는 곳이라 오랜만에 바다를 보며 푸른 물결과 백사장, 나무들을 보고 있으니 황홀하기까지 했다. 차창밖으로 햇살에 비치는 멋진 풍경을 보고 있으니 사람으로 태어나길 잘했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아이들을 키워본 경험을 돌이켜 보면 아이들이 말을 배우고 숟가락 잡으며 하나하나 익힐 때의 감동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으며 아무런 고민 없이 잘 자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나도 역시 웃음이 나왔다. 더 현실적으로 얘기해 보자면 집사람과 연애할 때 이렇게 좋은 사람이 또 있을까 싶었다. 그 생각이 지속적이지 않다는데 문제는 있지만. 그래도 아이들 얼굴을 보면 감사한 마음이 내 마음속 바닥에서부터 올라온다. 

 집집마다 미혼으로 나이 든 분들이 있다. 나 또한 있다. 여러 가지 이유로 결혼을 안 하셨는데 그분들 나이 들어보니 돌봐줄 가족이 없고 사는 모습이 왜 그렇게 슬픈지 모르겠다. 나 또한 젊은 시절에는 뭐든 잘할 줄 알았다. 내 생각에 똑똑하고 말 잘하고 잘 웃기고 잘생기니 밤이고 낮이고 여기저기 불러주는 곳 정말 많았다. 피곤할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은 어떠한가? 도대체 먼저 만나자는 사람이 없다.

   내가 먼저 딩크라고 말하는 사람에게 직접적으로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건 정말 개인의 선택이다. 하지만, 혹시 나의 글을 본다면 나는 꼭 밝히고 싶다. 딩크 같은 것은 안 했으면 싶다. 어쩔 수 없이 아이를 못 낳는 부부도 있다. 결혼을 했으면 현실에 맞게 아이도 낳고 알콩달콩 살았으면 싶다. 언제까지 둘의 사랑만 믿는단 말인가, 정말 살아본 사람으로서 얘기하고 싶다. 아이 없는 삶은 진짜 그 여성분 말처럼 태어나서 죽는 게 무슨 의미인가요처럼 살게 될 것이다. 좀 더 솔직해지자 그 여성분은 본인의 삶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살았는지 묻고 싶다. 본인의 삶이 의미 있다면 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분명 자손을 낳는 게 훨씬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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