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을 맞이하면 대학 동기들끼리 모임이 있어 한 번씩 얼굴을 보게 된다. 요즘은 코로나로 3년 정도 만남이 없다가 올해 처음으로 만나보니 왜 그렇게 즐겁던지 별의별 이야기가 오가며 웃음이 터졌다. 특히, 대학시절 연애 얘기는 똑같은 얘기를 들어도 들어도 그렇게 새롭고 즐거웠다. 그리고 왜 그 당시는 나만 몰랐던 일이 많았던지 같은 시대에 살고 있어도 나는 참 세상사 모르는 게 많다란 것을 이번 만남을 통해 느끼게 된다.
그렇게 저녁을 먹고 자리를 옮겨 가볍게 술을 마시다 동기 중에 아직도 음악에 대한 한이 있는 친구가 있었다. "야, 오늘 밤에 공연이 있는데 모두들 와줬으면 좋겠어"
"오~ 그래? 꼭 갈게!" 나도 음악을 좋아하기에 공연시간에 맞춰 간다고 했다. 그런데 같이 모인 동기들의 반응이 영 시원찮았다. 옆에 있던 동기가 살짝 나의 귀에 대고 얘기를 했다.
"여기까지 왔는데 무슨 공연이야? 차라리 술 취해서 안 가고 싶다."
"그래도 정식으로 초청까지 했는데 가야지" 나는 설득했지만 동기들은 오랜만에 만나 취하고 말지 택시 타고 한참을 가야 하는 그곳까지 가야 하냐고 볼멘소리를 했다.
어쩔 수 없이 음악을 좋아하는 다른 동기 한 명과 나만 택시를 타고 그 동기가 공연하는 락카페라는 곳을 찾아갔다.
"딩가딩가~" 가게 입구부터 음악소리가 울려 퍼지고 나는 음악을 들으니 기분이 업되어 지하로 되어 있는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여러 테이블이 보이고 중앙에 무대도 보였다. 적지 않은 손님들이 음악을 감상하고 즐거워하고 있었다. 우리도 테이블을 하나 얻어 맥주를 마시며 음악을 즐겼다. 약간의 시간이 흐른 뒤 정말 동기가 나와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렀다. 그곳 사장님은 베이스 반주와 종업원 한분은 드럼을 멋지게 치며 반주를 넣어주니 정말 멋진 음악이 되었고 그곳에 온 손님들과 하나로 어우러져 노래를 같이 부르고 있었다. 나는 음악과 함께하는 이 순간이 행복했다. 그렇게 공연이 끝나고 동기가 우리 테이블로 와서 나에게 노래 부르겠냐고 물었다.
"헉스~ 난 싫어!"
음악을 좋아하긴 하지만 생소한 곳에서 그것도 준 프로들이 하는 곳인데 나 같은 아마추어가 낄자리가 아니었다. 무엇보다 음악을 좋아하긴 해도 직접 노래를 부른 경험은 노래방 외에는 없었다. 그렇게 좋은 추억을 쌓고 숙소에서 잠을 자고 다음 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여러 생각이 들었다.
대학시절 음악이 좋아 동아리에 가입해서 열심히 기타 연습하던 생각이 나고 노래를 잘 부르는 동기가 얼마나 부러웠던지 나도 노래방 가서 연습했는데 높은음이 나오지 않아 노래는 아니구나! 생각했던 일, 얼마 전 시골에 근무할 때 전국 노래자랑이 온다는 공문을 보고 주위의 추천을 받아 나갈 뻔했던 일, 학교 교직원들과 직원 여행을 가서 점심으로 먹은 막걸리에 취해 버스 안에서 노래를 부르며 모두를 즐겁게 했던 일 등
노래는 잘 부르지 못하지만 대한민국 국민답게 음주와 가무를 좋아했다. 이번 모임을 통해 그동안 멈추었던 노래에 다시 관심을 갖게 되어 즐거웠다. 퇴근하는 차 안에서 음악에 맞춰 노래를 부르는데 여간 즐거운 게 아니었다. 나이가 들어가니 성대도 나이가 들었는지 젊었을 때 보다 높은음이 더 잘되었다. 그게 정말 신기했다. 보통의 가수들은 젊었을 때 노래가 잘되는데 나는 나이 들어 노래가 더 잘 된다. 아무래도 젊었을 때는 몸에 힘이 들어가서 음이 잘 안 나왔는데 나이 들어 보니 몸에 힘이 빠지다 보니 노래가 더욱 잘되는 거 같다.
앞으로 시간이 된다면 퇴근하는 차 안에서 노래를 부를 생각이다. 혹시 나도 락카페 같은 곳에서 공연을 하게 될지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학교에 근무하다 보면 아이들과 트러블이 나는 일이 많다. 요즘은 나도 나이가 들고 아이들은 더욱 어리다 보니 서로 의견이 잘 맞지 않고 서로 이해가 안 되는 상황이 많다. 그래서 슬픈지 항상 마음이 울적한데 그럴 때 노래를 부르다 보면 어느새 시름이 사라지곤 한다. 그리고 요즘은 너무 직장에서 많은 것을 바라면 안 되는 시대가 되었다. 평생직장이 사라지고 있는 시점에 언제까지 사도의 길만을 고집할 것인가? 어쩌면 노래가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평생 교직에 머무를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열심히 노래를 익혀 나중에 그 동기처럼 락카페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생각만으로도 즐거운 상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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