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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쓰기

후회는 항상 늦다.

by 정수 티스토리 2023. 12.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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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 전 체육 수업을 마치고 퇴근하려 체육관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내가 쓰던 노트북이 덜렁거렸다. '뭐지?' 나는 노트북의 뚜껑을 닫으면 놀랐다. 누군가 모니터를 부순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체육관에 설치된 CCTV를 돌려볼 수밖에 없었다. 원래 CCTV는 수업하는 공간에는 설치를 할 수 없는데 올해 밤에 외부에서 체육관을 빌려 쓰는 체육 동호회 사람들이 많아 어쩔 수 없이 설치한 것이다. 올해 설치했으니 화질 또한 얼마나 좋겠는가 아주 선명한 화질에 내가 수업을 하는 동안 평소 말썽 많은 남학생이 여학생을 공으로 맞추려고 하다 여학생은 못 맞추고 애꿎은 내가 쓰는 노트북을 정확하게 맞추는 모습이 보였다. 

 '아~' 다음 주에 이건을 좋게 교육적으로 해결하고 수리는 학교예산으로 쓰도록 조치를 취하고 주말에 집에 와서 생각에 잠겼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여학생을 맞추려고 그렇게 세게 공을 날리다니!' 부서진 노트북 보다 나는 그 모습에 조금더 충격받았다. 

 그렇게 주말을 보내고 있는데 일요일 아침 눈을 뜸과 동시에 갑자기 나의 과거 어떤 일이 생각났다. 때는 초등학교 6학년 시절 운동회 날이었다. 외부 사람도 많았고 운동회를 한다고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그런데 왠 같은 반 여학생과 나는 시비가 붙었다. 시비의 이유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는 끝내 화를 냈다. 그랬더니 어디선가 그 여학생을 아는 어른 남자들이 다가와 나는 멱살을 잡히고 이리저리 흔들며 오랫동안 심하게 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많은 수많은 사람들 앞에 수모를 당하고 말았다. 아무도 없는 학교 건물 뒤로 가서 앉아 있는데 얼마나 분했는지 모른다. 지금도 그때 느꼈던 감정이 뭔지 알 거 같다. 그때 친구가 다가와 나에게 무슨 일이냐고 물었고 나는 이건 도저히 참을 수 없다고 얘기했다. 그때 친구가 나에게 그러지 말 것을 얘기했다. 그 당시 나는 그때 친구의 말을 들었어야 했다. 

 나는 그 길로 온갖 수모를 당했을 때 옆에서 웃고 있던 그 여학생을 찾아가 배를 말로 찼다. 참 지금 생각해 보면 내 인생에서 정말 후회되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나에게 맞은 여학생은 땅바닥에 주저앉아 일어나지 못했다. 나는 당황하여 괜찮냐고 물었고 주위의 친구들이 모두 모였다. 내가 지금 무슨 짓을 저지른 거지? 바닥에 쓰러져 얼굴을 못 드는 여학생을 보니 덜컥 겁이 났다. 끝내 담임 선생님께서 오셨고 나는 당연히 매우 혼났다. 그 당신 선생님께서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여학생을 때리면 되냐?"라고 말씀하셨고 이 사건은 이후 나의 인생에서 중요한 사건으로 남게 되었다. 이후 그 여학생과의 관계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너무 오래된 기억이고 이름도 생각나지 않는다. 

  지금 돌이켜 보니 내가 너무 잘못했다. 담임 선생님 말씀처럼 아무리 그래도 여학생을 때리면 안 되는 것이었다. 나는 무엇보다 내 옆에서 나를 말리던 친구의 말을 듣지 않고 내 멋대로 행동했다. 나는 이 부분이 참 중요한 순간으로 느껴진다. 그때 친구의 말을 듣는 것이었는데 아마 내가 이후의 할 행동을 이야기했는데 그냥 넘어가면 안 되겠냐는 이야기인 듯싶다. 지금도 똑같은 상황이면 견디기 어려운데 어린 나는 그 당시 넘어가기 어려웠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벌써 30년 이상된 기억인데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 나는 그때 과연 그 여학생에게 진심으로 사과했을까? 아마 사과를 안 했기에 오늘 아침에 생각이 난 듯싶다. CCTV속 그 남학생이 여학생을 향한 마음이 무엇인지 알 것 같다. 무슨 이유가 있겠지만 절대 그러면 안 되고 평생 후회 속에 살게 될 것이다.  나는 비록 그때 잘못을 저질렀지만, 내가 가르치는 남학생은 나처럼 행동 안하게 지도를 잘할 예정이다. 마치 그 당시 내 친구가 나에게 타일렀던 것 처럼. 

 이 글을 시작하고 며칠이 흘러 다시 읽어보니 내 마음을 알 거 같다. 보복이었다. 친구는 보복을 하지 말 것을 이야기했고 나는 친구의 말을 듣지 않았다. 지금 그게 너무 후회되는 장면이다. 내 비록 그 당시 여학생에게 진심 어린 사과는 못했고 지금와서 할 수도 없지만, 앞으로 그 여학생을 생각하여 누군가를 때린다거나 보복하는 일은 절대 안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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