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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쓰기

나는 Solo

by 정수 티스토리 2024.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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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혼이란 무엇인가? 어느 책에서 읽었는데 "성공적인 이혼은 없다."라고 한다. 그러고 보면 예전에 만났다 헤어진 연인을 떠올리면 마음이 아련한 게 또 보고 싶은 것은 왜일까? 그래서 성공적인 이혼은 없다고 했는지 모르겠다. 

 나도 결혼하며 이 사랑 평생 갈지 알았다. 하지만 결혼하자마자 트러블 나고 지금은 서로 아이들 때문에 같은 공간을 공유할 뿐, 님도 남도 아닌 사이가 되었다. 나만 그런 줄 알았더니 후배, 동기 들 모두 그렇게 살고 있다고 하니 정말 하루하루가 괴로울 뿐이다. 

 그렇다고 이혼을 할 용기는 없다. 결혼하고 혼인 신고를 하러 구청에 들린 적이 있다. 서류를 작성하고 접수를 하려고 하는데 앞 여성분께서도 서류를 접수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혼신청서'였다. 세상에 혼인신고와 이혼신고가 같은 접수창구였다. 젊은 남자 공무원은 그 여성분에게 서류의 미비점을 이야기하니 내 뒤에서 고개 숙이고 조용히 잠자코 있던 아저씨 한분이 다가가서 설명을 했다. 한참의 이야기가 오가더니 서류에 문제는 없다고 하였으며 그 공무원은 정말 궁금한 듯이 그 부부에게 물었다. 

 "그런데 왜 이혼신청하세요?"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순수한 질문에 한참을 말을 못 하며 당황하던 부부는 동시에 이렇게 대답했다.

 "살아보면 알아요."

 나는 뒤에서 이 모습을 유심히 보고 있었는데 그 당시에는 이 부부의 말의 뜻을 이해 못 했다. 그렇게 나는 나의 혼인 신청서를 아까 전 공무원에게 제출했고 기분 좋게 창구를 나왔다. 그 후 그 부부는 각자 자신의 길로 나가는 듯싶었다. 벌써 20년 전쯤의 이야기인데 지금 생각해 봐도 생생하고 그 부부의 얼굴이 눈에 선하다. 

 그 당시 집사람에게 이야기했더니 어떻게 이혼과 혼인을 똑같은 사람이 접수받냐고 놀라는 모습이다. 아마도 혼인업무를 그 공무원 혼자서 담당했던 모양이다. 

 요즘 TV에서 "나는 Solo"라는 프로그램이 인기이다. 나도 엄청 즐겨본다. 특히, 젊은 남녀의 연애는 잠자던 연애 세포를 깨우는 듯싶어 좋다. 그런데 이번주에 돌싱 특집인데 그동안 보지 못했던 모습의 남녀 모습에 충격과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이혼하신 분들은 생각자체가 다르긴 다르구나!'라며 잘못된 편견을 가질 수 있겠지만 사실 용기가 부족할 뿐이지 나 또한 이것에 자유로울 수 없는 노릇이었다. 하여튼 그 프로를 보며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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