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승진도 해야 할 겸 시골학교로 발령받아 관사란 곳에서 살면서 5년 정도 근무할 때가 있었다. 교사는 시골에 10년 정도 근무를 해야 승진을 할 수 있는 기본 조건이 된다. 그러나 승진은 고사하고 관사에서의 생활은 정말 외로움과 벌레와의 전쟁이었다. 그러고 보면 나의 관사 생활을 별별 일들의 연속이었다.
일단 먹거리가 문제였다. 집에 있을 때는 때마다 집사람이 해주는 밥을 먹었는데 관사란 곳은 혼자서 생활하다 보니 먹을게 마땅치 않았다. 그래서 동네에 하나밖에 없는 작은 마트에 들려 참치, 빵, 어묵 등을 사서 간단하게 끓여 먹거나 그냥 밥이랑 먹는 게 전부였다. 하루는 큰맘 먹고 어묵 재료를 사서 해먹은 적이 있다. 너무 맛있게 먹고 났는데 냄비 아래에 어묵 수프가 나왔다. 어묵에 수프가 있었는데 그걸 모르고 그냥 모두 국물에 넣은 것이다.
관사 생활의 가장 큰 고충은 저녁의 외로움이다. 낮에는 아이들과 씨름하느라 그런 생각이 안 드는데 저녁때가 되면 마음을 울적해지고 그냥 집으로 가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그러다 보면 먹는 것에 의지하게 된다. 정말 밤에 이것저것 구입해서 먹게 된다. 갑자기 체중이 불어나기 시작했다. 이러다 큰 일 나겠다 싶어 생각한 방법이 급식소에 있는 식판을 하나 구해다. 그 위에 것만 먹는 방법을 택했다. 다이어트에는 식판 다이어트가 최고인 듯싶다.
효과는 좋았다. 정말 먹을 만큼만 준비해서 먹으니 이보다 좋을 수 없었다. 사진 속의 빵은 시골에는 제과점이 없고 모두 저런 빵인데 빵을 너무 좋아해서 안 사 먹을 수 없다. 정말 제과점 빵보다 더 맛있었다.
그리고 나의 외로움을 잊게 해 준 고마운 황도캔. 저 단맛은 5년 간의 시골 생활을 버티게 해 준 버팀목과 같았다. 그 당시 일기를 컴퓨터에 썼는데 이런 구절이 있다.
"황도 캔을 개발한 사람에게 노벨상을 줘야 한다"라고
처음 1년 간은 집을 나온 해방감에 무엇을 해도 즐거웠다. 그런데 2년째부터는 똑같은 일상의 반복이니 정말 외로웠다. 그래서 선후배에게 전화해서 만나기도 하고 이런저런 얘기도 하니 조금 살 것 같았다. 그런데 만날 사람도 사생활이 있지 매일같이 만날 수는 없었다. 그런데 본인들의 스케줄 때문에 만날 수 없다는 얘기를 들을 때면 왠지 내가 더욱 초라해짐이 느껴졌다. 이래선 안 되겠다 싶어 차라리 퇴근하면서 학교 근처를 한 바퀴 돌고 관사로 들어갔다.
시골길은 그 가치가 얼마일까? 날이 좋은 날은 날이 좋아 좋고, 비가 오면 우산을 쓰고 걷다 보면 그 어느 영화 속 장면보다 더욱 좋았다. 그렇게 한 바퀴 돌고 나면 동네 주민과도 인사를 나눌 수도 있고 가끔 아이들을 만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 사라지니 좋았다. 그리고 깨달은 또 하나의 방법이 있다.
바로 교재 연구였다. 초등학생을 가르치는 데는 사실 그렇게 연구를 안 해도 기초 지식으로 어느 정도 커버가 되었다. 하지만, 고학년을 가르치면 얘기가 달라진다. 미리 지도서라는 것을 읽어봐야 하고 그러면 수업하기가 훨씬 수월해진다. 내가 저녁때 교재 연구를 한 날은 다음날 수업에서 아이들의 집중도가 차이가 났다. 내가 수업의 흐름을 알고 있으니 내용이 쉽고 어렵고가 문제가 아니라 아이들에게 전달할 효과적인 방법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후 나는 괜히 아는 선후배에게 전화하는 일이 없어졌다. 그랬더니 오히려 외로움이 없어졌다.
지금은 5년 간의 관사 생활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가족을 떠나 혼자 살면 뭔가 할 시간도 있고 자유로울 거 같지만 그것도 딱 1년이다. 그 이후엔 정말 처절한 외로움에 살이 떨릴 지경이다. 그때 깨달은 것은 사람에게서 외로움의 극복 방법을 찾지 말고 멋진 풍경 속의 산책과 교재 연구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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