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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직생활

어메이징 그레이스 뜻

by 정수 티스토리 2021. 10.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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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은 음악의 계절이다. 음악에 관심이 없다가도 날씨가 쌀쌀해지면 음악을 찾게 된다. 자연의 이치라고 해야 하나? 쌀쌀할 때는 음악처럼 사람의 마음을 위로하는 게 없는 거 같다. 피아노를 배운 것은 초등학생 때 부모님께서 하도 피아노 학원을 다니라는 말씀에 태권도와 피아노를 동시에 다녔다. 적성은 태권도가 맞기에 태권도만 배운다고 우겼다. 2개월 만에 피아노 학원 생활을 막을 내렸다. 그때 배운 것은 '바이엘 상권'이다 다였다. 하권이라고 뗄걸... 그렇게 태권도 학원을 열심히 다녀 품띠를 땄다. 엄청 자랑스러웠다. 하지만, 태권도 커보니 쓸모가 없다. 누구와 싸울 일도 없고 누가 나를 공격할 일은 더군다나 적었다. '뭐지, 이 허탈감은?' 그렇게 태권도를 뒤로하고 피아노 2개월이란 경력(?)으로 대학교를 진학했다. 

 그런데 초등교사가 되는 대학을 진학해보니 1~2학년 때 음악에 대한 요구조건이 장난이 아니었다. 음악 시간이 1주일에 몇 번은 있었는데 피아노로 '애국가'를 못 치면 F학점을 받아야 했다. 난 정말 죽는 줄 알았다. 애국가란게 피아노 연습곡이라고 지금도 생각지 않는데 1993년도 당시 교수님께서 애국가를 못 치면 정말 F학점을 줬다. 내 주위의 모든 남학생이 F학점으로 다음 학년도에 또 피아노 실습을 배워야 했다. 눈물의 피아노 연습이었다. 나는 신기하게 초등학생 때 두 달간 바이엘을 배운 것이 도움이 되었는지 애국가를 칠 수 있었다. 정말 아침부터 저녁까지 피아노 실습실에서 애국가만 연습했다. 그렇게 애국가를 연습했더니 다음 학기에는 이제 피아노의 세계에서 벗어났구나 생각했다. 하지만, 다음 학기엔 교수님이 유명한 피아니스트 출신이셨다.

 "1주일에 동요 3곡 연습해 오세요, 점검은 금요일 교수실에서 개별적으로 하겠습니다"

 '아~' 

 정말 그 당시 우리 동기들 눈물을 흘리며 연습했다. 나도 1주일에 동요 3곡 정말 무리였다. 나중에는 동요 3곡 중 2곡만 연습해 가는 찍기를 했다. 교수님께서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세곡 중 두곡만 검사하셨기 때문이다. 만약 연습 안 한 곡이 걸리면 그날은 끝장난다. 지금은 대학교의 교육과정이 어떨지 모르지만 우리 때는 "오르간은 초등교사"였다. 

 몇 해 전 전교생이 60명인 시골학교에서 졸업식 때 아이들과 같이 음악 협연을 제안받았다. 그 당시 학생들이 만드는 졸업식이 유행이었다. 피아노를 잘 치지는 못하지만 아이들과 함께하는 음악이라 더욱 의미가 깊었다. 하루에 한 번 정도 연습을 했는데 졸업식이 다가올수록 하루에 두 번씩 연습하고 있다. 

 그런데 악보를 보면서 연주하다 보면 아이들과 속도를 맞추지 못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악보를 외워야 했다. 많은 연습을 하다 보니 오른쪽 손목이 시큰거렸다. 피아니스트들이 항상 손목에 파스를 붙이고 다니던데 나도 그 정도의 연습 강도를 유지하고 있다. 정말 최선을 다했다.   공연 날이 밝아올수록 아침, 점심, 저녁 하루에 세 번씩 연습을 했다. 나중에는 내가 지금 학교에 아이들 가르치러 오는지 피아노 연주를 하러 오는지 모를 정도였다. 이쯤 되다 보니 정말 능수능란하게 할 수 있었고 아이들과 합도 잘 맞았다. 그렇게 졸업식을 멋지게 했고 아이들도 좋았고 나도 기억에 남는 졸업식이 되었다. 

 지금은 학교를 옮기게 되어 그때의 영광을 이어갈 수는 없지만 어느 날 창고를 정리한다고 하여 모든 남교사들이 장갑을 끼고 모였다. 열심히 물건을 나르는데 오래된 피아노가 나왔다. 모두들 폐기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는데 나는 버릴 거면 우리 교실로 옮기자고 했다. 퇴근 무렵이 되면 항상 그 오래된 피아노로 쉬운 곡을 연주하곤 한다. 그 졸업식 이후로 피아노 치는 게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어느 날 지나가던 학생들이 나의 연주를 듣고 "엄청 좋아요!"라며 좋아해 줬다. 나는 무심한 척 "그래?" 하였지만 나도 좋았다. 

 피아노는 다른 악기에 비해 특이한 점이 있다. 바로 감정을 담아낼 수 있다는 점이다. 내가 마음이 울적할 때 피아노를 치면 피아노 소리가 나의 마음을 그대로 표현했다. 내가 기쁜 날 피아노 소리도 밝고 경쾌하다. 

 어느 날 저녁 잠들기 전에 핸드폰으로 유튜브를 보고 있는데 '예은이의 피아노 연주'란게 보여 클릭해봤다. 태어날 때부터 눈이 보이지 않았고 그래서였을까 어렸을 적 부모님께 버림받고 시설에 맡겨지고 그곳에서 일하는 분이 엄마가 되어 입양되었는데 피아노를 엄청 잘 쳤다. 영상 속의 '어메이징 그레이스'란 곡을 듣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앞을 가렸다. 예은이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졌기 때문이다. 댓글에 '이렇게 서글픈 노래는 처음'이란 게 보였다. 딱 그 말이 맞았다. 내가 왜 이 연주를 듣고 눈물이 흘렀는지 그 이유가 참 서글펐기 때문이다. 내가 알기로 어메이징 그레이스는 슬픈 곡은 아니다. 오히려 자신의 잘못을 용서해주신 신께 바치는 감사와 기쁨의 노래다.  그런데 예은이의 어메이징 그레이스는 슬펐다. 

 여러분도 만약 슬플 때는 피아노 연주를 권하고 싶다. 못해도 상관없다. 피아노도 좋고 기타나 오카리나, 리코더 든 연주를 통해 여러분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어메이징 그레이스처럼 '세상에 내가 방황할 때' 그 무엇보다도 좋은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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