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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쓰기

인복이란

by 정수 티스토리 2024. 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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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들은 매해 키, 몸무게, 소변검사, 시력 등 기초적인 건강검사를 받는다. 특히, 소변검사를 받을 때는 아이들이 참 난감해하며 그걸 보는 나는 왜 그렇게 웃기던지. 그날 교직원들은 출장 버스가 와서 X-ray를 찍는다. 나도 이름을 적고 X-ray를 찍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어느 날 점심을 먹고 있는데 문자가 왔다. 

 "X-ray 소견상 좌측 폐섬유 의심증상" 

 나는 내가 본 문자가 잘못 온 것 같아 몇 번이나 다시 읽었다. 먹고 있던 점심 밥맛이 딱 떨어질 정도의 내용이었다. 나는 잘못 온 거라며 주위 선생님들에게 물어보니 자기는 문자를 받지 않았다고 한다. 급히 보건선생님에게 전화 걸으니 바로 큰 병원에 예약하고 검사를 받으라고 하며 아무 문제없을 거라며 안심시키셨다. 그런데 오히려 안심은 되지 않고 나도 이제 나이가 들었나 보다 생각이 들었고 몇 해 전 친했던 선배도 교감으로 승진하고 발령받기 얼마 전에 폐암으로 돌아가신 게 생각이 나고 덜컥 겁이 났다. 

 그렇게 큰 병원에 예약을 하고 나를 검진했던 병원 먼저 들렸다. "별문제는 아닐 거예요. 오신 김에 CT를 찍어보시죠." 나는 간호사의 안내를 받으며 CT를 찍는데 기분이 묘했다. 아이들도 키워야 하는데 병 걸리면 안 되는데. 별의별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이틀 뒤에 결과 들으러 오라는 말에 집에 와서 누우니 평소에 머리만 땅에 대면 잠이 들곤 했는데 이상하게 잠이 오지 않았다. 

 아버님도 지금의 나의 나이에 큰 병에 걸려 6개월도 못 사시고 돌아갔다. 그때 아버님의 심정은 어떠셨을까? 당시 나에게 "한 세상 즐겁게 살다가니 아쉬울 게 없는데 너희들 시집장가가는 걸 못 보는 게 그게 한이구나."라고 하신 말씀이 귀가에 생생하다. 

 어떻게 잠이 들었는지 다음날이 밝았다. 무거운 발걸음에 집사람과 같이 검사결과를 들으러 병원에 가는데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나이 지긋하신 의사 선생님이 검사결과를 한참을 보셨다. 나 또한 모니터에서 뭔가를 찾는 듯 이리저리 보고 있었다. 

 "음... 이상 없습니다."

 '오~~~~', "감사합니다!" 그렇게 몇 번을 머리 조아리고 나왔는데 집사람에게 "그간 잘못을 모두 용서한다"는 말을 했다. 살다 보면 가까운 사람이 잘못을 할 때도 있는 법이라 나도 모르게 응어리진 마음속 이야기가 튀어나왔다. 

 그렇게 웃으며 그동안 못 가본 유명한 커피숍에 가서 그간의 마음고생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다. 나는 다행인지 담배를 피우지 않았다. 군대시절 지금은 모르겠으나 그 당시에 1인당 '88라이트'인가를 한 보루 더하기 반보루를 한 달에 한 번씩 주었다. 나는 담배를 피우지 않았기에 받지 않겠다고 하니 기특하다며 1,800원을 현금을 주었다. 우리 부대 80명 중 딱 두 명만이 비흡연자였다. 그 당시 담배 한 갑에 세금을 제하면 150원이었다. 그 당시 담배 한 갑에 1,500원이라며 비싸다고 했는데 지금은 5,000원 정도라고 하니 실제 원가는 500원 정도라 생각 든다. 

 그렇게 제대 후 오랫 만에 만난 동기들과 담배를 피우는 기회를 맞이했다. 술 마시며 담배를 피우기 때문에 나도 한 모금 피워보니 나쁘지 않았고 담배 피우는 복학생 왠지 멋있어 보였다. 그런데 어느 날인가 마음에 드는 여자 후배를 만났는데 나에게 "선배님, 담배 피우는 모습이 보기 싫어요."라는 것이었다. 

 "어~, 알았어." 그녀가 싫다는데 굳이 할 필요는 없었다. 그렇게 또 담배와 멀어졌다. 지금의 와이프와는 아무 상관없는 사람인데 지금 돌이켜 보면 나의 생명의 은인이 아닐까 싶다. 그때 계속 담배를 피웠다면 오늘 이렇게 글을 즐거운 마음에 쓰지 못했을 거 같다. 

 그러고 보면 나는 인복이 없다고 생각하며 살고 있었지만, 내가 어려운 시절 항상 누군가 나를 위해 조언해 주는 사람이 있었다. 그로 인해 지금 이렇게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 거 보면 인복이 없지는 않은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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