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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쓰기

조심해야 할 저작권

by 정수 티스토리 2024. 3.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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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온 나라가 들썩였던 시절 나도 아이들 가르치느라 온라인으로 뭔가를 매일 만들기도 하며 정신없이 지내던 어느 날 주위에서 차라리 교육연구회를 하나 만들면 어떠하겠냐고 추천이 들어왔다. 기존 교육연구회는 각 교과별로 있었는데 온라인 수업을 주로 하고 있으니 온라인 수업 교육연구회를 하나 만들면 좋을 거 같다는 이야기였다. 

 '괜찮을까?' 보통 추천받은 일은 항상 잘되었다. 계획서를 쓰고 회원을 모집하여 정식으로 온라인 학습 교육연구회를 만들게 되었다. 회원수 20명으로 온라인 수업을 하는 방법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직접 만들어 보기도 하는 등 참 취지가 좋고 선생님들을 모아 회의를 하며 좋은 방향을 설정하는 것 자체가 기분 좋았다. 그런데 한참 온라인 학습을 하는 방법에 대해 연수를 하는데 질문이 들어왔다. 

 "온라인 수업을 저희가 꼭 만들어야 하나요?"

 "예?!"

 '온라인 수업 교육연구회는 온라인 수업을 만들기 위한 모임이었는데 만들어야 하냐니 그게 무슨 말인가?' 나는 당황했다. 이유인즉은 예산을 많이 지원받았으니 일을 잘하는 누군가가 온라인 수업을 만들고 자신들은 그냥 참석만 한다는 이야기였다. 나는 한참 그러면 안 된다고 설득했다. 잘 못 만들어도 좋으니 한 편씩은 꼭 만들어 제출할 것을 요구하였다. 나는 그때 뭔가 잘못되고 있음을 알아야 했다. 

 연말이 되어 선생님들의 수업자료를 받아봤는데 세상에 정말 잘 만든 선생님이 계신가 하면 그냥 정말 마지못해 만든 영상도 많았다. 나는 많이 실망했지만 잘 편집해서 발표회를 갖는 등 엄청 노력을 많이 해서 보고서도 쓰고 1년간 쓴 예산도 교육청에 보고하였다. 그렇게 1년의 사업이 끝나 다행이다 싶었는데 교육청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선생님, 예산 내역이 잘못되었어요." 나는 정직하게 예산을 지출하였는데 오직 양식이 맞지 않는다며 다시 보내줄 것을 요구하였다. 그렇게 또 며칠을 수정하여 제출하였는데 역시나 본인이 원하는 방식이 아니라며 또 수정을 요구하였다. 역시나 며칠을 거쳐 수정하여 제출하였다. 나중에는 짜증이 났다. 1년간 연구회를 이끌면서 고생을 했는데 이제 정산 때문에 사람을 극도로 피곤하게 하였다. 

 "이제 그만하세요!" 나도 더 이상 못 참고 교육청 관계자에서 쏘아붙였다. 10원이라도 잘못 지출하였다면 당당하지 않겠지만 정확하게 지출했는데 계속해서 수정을 요구하였기에 강하게 어필하였다. 그렇게 교육청 담당자와 실랑이를 며칠 부렸더니 목이 쉬었으며 온몸은 녹초가 되는 듯싶었다. 

 그 일이 있은 후 1년이 흘렀을 어느 날 같이 연구회 소속이었던 선생님에게 오랫 만에 전화가 왔다. 나는 무척 반가워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안부를 물었는데 돌아오는 대답은 의외였다. 

 "선생님, 저 저작권에 걸렸어요."

 "엥?"

 자세히 물어보니 작년에 썼던 연구회 보고서를 교육청 홈페이지에 게시하게 되었는데 그 보고서는 모든 회원들의 작품으로 내가 편집해서 올렸다. 그런데 전화를 건 선생님의 보고서에 제목 3글자의 폰트가 개인이 쓰면 무료이지만 기관이 쓰면 유료였다. 업체에서 교육청 게시물을 검색하여 저작권 위반으로 저작권료를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도 무려 120만 원이나 하였다. 

 '아!' 

 사실 나는 회원들의 보고서를 하나로 취합하여 올리는 역할이기 때문에 일차적인 책임은 작성자에게 있었다. 만약 나에게 있었다면 보고서를 탑재한 나에게 연락이 왔을 것이다. 그렇게 전화를 끊고서 걱정이 되어 교육청에 있는 변호사에게 이와 같은 사실을 정성스럽게 적어 메일을 보냈다. 다음 날 답변이 바로 왔는데 매우 짧았다. 

 '저작권은 승소가능성 적음, 합의를 통해 가격을 낮추는 게 최선입니다." 

 나는 다시 그 선생님께 연락하여 무조건 가격을 다운시키라고 하고 나 또한 도와주기로 하였다. 그렇게 몇 개월이 흘렀고 60만 원에 합의 보았다는 문자가 왔다. 나는 그 연구회를 만든 장본인이 만큼 이 모든 것에 책임으로 합의금의 1/2을 내기로 하였더니 업체에서 세금 10%를 더해 66만 원이라고 하여 33만 원을 송금해 줬다. 

 살다 보면 별의별이 있기 마련인데 저작권 때문에 나의 소중한 돈이 쓰이는 것은 처음이었다. 폰트를 만든 사람들의 노고는 이해하나 마치 낚시를 한듯한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남들이 써주면 좋은 거지 그걸 꼭 찾아내서 합의금을 받아내는 업체가 있는 것도 모든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아마도 업체가 몇 프로 갖고 나머지는 원 제작자에게 돌아가는 구조로 보인다. 이 일로 누구를 원망하고 싶지는 않다. 오직 창작물이 순수하게 이용되고 정당한 대가를 제작자가 받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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