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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쓰기

금주 포스터 그리기

by 정수 티스토리 2024. 5.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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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아이들과 '건강한 생활'이란 주제로 체육수업을 하고 있다. 강당에서 활동해야 하는데 다른 학년 체육대회가 있어 어쩔 수 없이 교실에 체육을 해야 했기에 교과서를 보고 활동을 결정해야 했다. 금주 포스터를 그리면 좋을 듯싶어 흰색 도화지와 미리 구입한 크레파스를 여러 개 준비해서 교실로 갔다. 아이들은 당연히 아우성이었다. "도대체 왜, 교실에서 체육을 하죠?" 등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지만 나로서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다고 땡볕 같은 날씨에 밖에서 체육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신기한 것은 수업이 시작되고 아이들이 화려한 여러 가지 술병 그림을 인터넷을 찾아 그리면서 "세상에 체육수업이 이렇게 재미있냐!", "다음에 또 하고 싶다"라고 할 정도로 아이들은 그림에 쏙 빠지게 되었다. 나도 아이들의 그림 그리는 모습을 지켜보며 예전 금주 예방교육 시간이 생각났다. 

 해마다 작은 학교는 근처 보건소와 합동으로 전교생 보건 교육을 했다. 음주 사고 예방을 위한 음주 고글을 쓰고 걷기고 했고 담배의 위험을 알리는 여러 가지 실험들 그리고 흡연으로 망가진 폐와 술로 망가지 간의 모형(?)도 액체가 담긴 큰 유리병을 가지고 와서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교육을 이어갔다. 아이들도 흥미 있어했고 선생님들도 여러 체험을 할 수 있어 매해 즐거운 수업이 아닐 수 없었다. 무엇보다 친절한 전문가 선생님들의 설명에 같이 있으면서도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었다. 

 그런데 아이들이 조별로 체험을 하고 다음 체험을 하러 가다가 어떤 아이가 뛴 모양이었다. 어디선가 "앗!" 외마디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모두들 그곳을 돌아봤는데 세상에 음주로 망가진 간의 모형이 바닥에 떨어지며 깨졌고 많은 투명한 액체가 바닥에 퍼지고 말았다. 그런데 세상에 그것은 모형이 아니라 실제 사람의 간이었다. 모두들 그것을 담지 못하고 어쩔 줄 몰라했다. 내가 어떨 결에 바닥에 떨어진 간을 손으로 잡았다. 생각보다 촉촉한 감촉과 묵직했다. 당황한 선생님들과 아이들을 진정시키고 그 문제의 간을 비닐에 잘 담아 건네드리고 바닥의 액체를 닦았다. 지금도 그 촉감과 냄새가 느껴지는 듯싶다. 

 몇 해 전에 모임에서 술을 많이 마셔 병원까지 간 일이 생각난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도 항상 술을 멀리했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건강하게 사는 게 최고인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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